아이의 열성경련(열경기)를 마주하다
첫 아이는 돌이 될 때까지 한번도 아프지 않았다. 첫 아이이니 만큼 위생관리, 실내 온습도 관리, 미세먼지 관리를 철저히 하였고, 되도록이면 사람도 많은 곳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돌이 막 지날 때 즈음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 당시에는 5만원 정도 하던 브라운 온도계가 없었고, 겨드랑이나 항문, 귀에 10초이상 접촉시켜서 온도를 측정하는 만원짜리 온도계만 가지고 있었다. 그 온도계로 아이의 온도를 측정했는데 38도정도였다. 38도 정도면 미열이라 생각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온도는 38도에서 38.5도정도여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얼굴이 흙빛이 되고 입술색깔도 퍼렇다 못해 검정색으로 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울기 시작했고 나도 당황스러워서 아이를 눕히고 119에 신고하여 근처 응급실을 향했다.
응급실을 가는 도중에 경련은 멈추었지만 아이는 힘이 없었다. 응급실에서 아이의 열을 체크하니 39도가 넘는 고열이었다. 새벽12시쯤 응급실에 가서 새벽4시쯤 나왔다. 수액을 통해 해열제를 맞고 열이 좀 내리고 아이도 컨디션이 어느정도 돌아와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근처 병원에서 열성경련 관련 진단을 받았다.
열성경련 원인 및 의사 당부사항
의사는 열성경련은 뇌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만 5세이전 10명중 2~3명에게 올 수 있는 현상이라 하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만5세 이후에는 없어질 거라고 했다. 열이 없이 발생하는 경련이 뇌전증이나 기타 질환의 증상일 수 있어 더 위험하다고 하였다. 다만, 열성경련을 너무 자주 겪으면 뇌의 신경회로가 경련이 발생하는 쪽으로 발달 될 수 있으니 체온관리를 잘 하라고 하였다.
열성경련 대처방법 및 아이의 체온관리
일단 아이가 경련을 시작하면 입안에 이물질이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제거한다. 그리고 편안한 장소에 아이를 눕히고 옷을 벗겨서 편안히 해준다. 아이가 경련을 5분이상 지속하면 항경련제 투입을 해야할 수 있으므로 병원으로 가는것이 좋다. 경련이 5분이내로 끝나면 아이의 체온 및 컨디션을 계속 관찰하여 특이사항이 없으면 집에서 관리를 계속한다.
아이의 열성경련을 한번 겪고 난 뒤 나와 아내는 아이가 아프면 정말 예민해지고 힘들었다. 바로 브라운 귀 체온계를 샀고(직구제품을 산 적이 있는데 온도가 부정확했다) 체온이 37.5도가 되는 날이면 여지 없이 그 이상으로 올라갔었다. 38.0을 넘기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을 먹였고 먹여도 39도가 되면 교차복용을 시켜서 되도록이면 39도가 넘지 않도록 하였다. 교차복용을 해도 39.5도가 넘으면 여지없이 아이는 열성경련을 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온수마사지는 1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열제 투여가 없는 온수마사지는 아이의 기분만 나쁘게 만드는 행위 였다.
만5세가 지난 뒤 우리아이는…
만 5세가 지난 뒤 우리아이는 체중도 늘고 건강하게 자랐다. 그리고 열이 40도 가까이 되어도 더이상 열성경련을 하지 않는다. 첫 열성경련 이후 총 3~4번 정도 경련을 하였다. 모든 경련은 5분 이내로 끝나서 큰 병원에서 뇌ct 촬영등의 진료도 받지 않아도 되었다.
열성경련 관련해서 관련 논문도 찾아보고 관련 카페도 가입했었다. 그동안의 경험과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래와 같다.
- 체온의 높낮음이 병의 경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가벼운 병에도 면역반응이 심해서 체온이 많이 오를 수도 있고, 심한 병에도 체온이 많이 안오를 수 있다)
- 체온이 40도 가까이 되더라도 아이 상태가 축 처지지만 않는다면 굳이 응급실까지 갈 필요는 없다.(응급실에서 열환자는 사실 후순위이고, 왔다갔다 아이가 더 지칠 수 있다. 다만, 부모의 불안을 좀 낮출수 있기에 불안하다면 가는것도 좋다)
- 너무 위생에 깔끔떨 필요는 없다. 걸릴 병은 걸린다. 너무 예민해하면 아이가 부모의 심리를 읽어서 더 불안해한다.
- 첫째가 열성경련이 있지만 둘째 셋째는 없었다.
열성경련을 가지고 있는 아이와 부모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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